55만원 스케일링에 자가발치까지… 요지경 해외 치과 환자들

2026.01.05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세계 톱이라는 것은 자타공인된 사실이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최고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의료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고, 이는 치과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치과의사가 진료 도구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청결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치과 치료 상황을 나타냄.
미국은 국민건강보험이 없고 개별적으로 보험을 구매해야한다. 치과도 보험에 연계된 곳으로 가야 보험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며칠 전 미국 신시내티 지역 방송 WCPO가 보도한 한 환자의 이야기가 그렇다.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에 사는 한 가족으로 이들은 10년 넘게 지정된 치과병원 주치의로부터 정기 검진과 클리닝(스케일링과 유사)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가족은 아들의 스케일링 및 정기 검진 비용으로 379달러(약 55만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은 치과보험에 오래 가입해 이같은 검진비는 주로 무료였다.
 
이유는 ‘네트워크’ 여부에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은 국민건강보험이 없고 대개 학교나 직장 등에 속한 보험을 개별적으로 구매한다.

병원도 이 보험에 연계된 곳, 즉 인네트워크(in network)를 가야 보험수가가 적용되고 그렇지 않으면 비싼 돈을 부담해야 한다. 당연히 이들 가족이 이용해 온 병원은 인네트워크였다.

하지만 그날 진료한 의사의 소속이 문제였다. 병원에서는 타 병원 소속 치과의사를 불러다 환자 진료를 진행했는데, 진료한 의사가 속한 병원이 해당 보험의 네트워크에 속하지 않아 과다한 금액이 청구된 것이다.

다행히 이 환자는 보험사에 이의를 제기해 차액을 돌려받았고, 해당 금액은 보험사와 병원이 나눠 부담했다고 한다.

방송 측은 “(진료받기 전) 치과의사가 당신 보험회사의 네트워크에 포함돼 있는지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스케일링에 대해 연간 1회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치과 진료 비용이 매우 저렴한 한국의 현실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치과보험은 필수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일반적으로 가입하는 개인 의료보험은 치과나 안과 등이 제외 경우가 많고, 치과는 특약이나 별도 상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한 유학생 가정 역시 어린 딸의 치과보험을 별도로 들어서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다.

치과 임플란트 모형과 두 개의 자연치아 모형이 놓여 있는 이미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국 성인 27%가 치과보험이 없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치과의사가 무료 진료봉사를 열 경우 대형 행사처럼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어린 딸의 치아가 많이 썩어, 유치 8개에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전문의의 치료로 잘 해결했으며, 가격 역시 보험 덕분에 180달러(약 26만5000원)라는 미국 기준으로는 경이로운 수준의 저렴한 가격을 냈다.

필자는 이전에 미국에서 치아 한 개가 깨져 크라운을 씌웠을 때 10% 지인 할인을 받아 1700달러(약 250만원)를 낸 적이 있다.
 
미국의 저소득층 중 상당수는 치과진료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국 성인 27%가 치과보험이 없다고 한다. 의료보험 자체가 없는 사람은 9.5%라고 한다.

또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이드’나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P)’ 등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수가가 낮아 많은 치과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치과의사가 무료 진료봉사를 하면 지역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많다.

캔자스 지역방송 KCLY는 내년 1월 30~31일 양일간 캔자스 맨해튼에 있는 캔자스 군병원에서 제25회 캔자스 자비의 미션 무료 치과 클리닉이 개최된다고 보도했다.

지역 기부금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지역 치과의사가 좌장을 맡았으며, 치과 치료의자 100개와 치과의사, 보조인력 등 1000명이 자원봉사에 나서는 매머드급 행사다.
 
국내 치과대학병원에서 손쉽게 예약할 수 있는 치대생 원내 진료도 미국에서는 지역적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플로리다 걸프코스트뉴스는 지난 6월 현지 플로리다 사우스웨스턴 스테이트칼리지 치과병원이 3~1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저렴한 원내생 구강 검진 및 진료해주는 이벤트를 보도하기도 했다.

어린이 1인당 30달러(약 4만4000원), 동반 어른 1인당 50달러(약 7만3000원)에 진료가 가능한 조건이다.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의 모습
공공의료 시스템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영국의 한 치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10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미러(Mirror)


영국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누구나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진료받으려면 오래걸리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 시민단체 헬스워치 잉글랜드의 보고서를 인용, 부족한 의료 인프라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들의 삶을 전했다.

이 중에서 치아가 갑자기 깨지거나 잇몸에 농양(膿瘍)이 생긴 경우 등 응급상황에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큰 문제다.

어떤 환자들은 160km 이상 떨어진 먼 지역의 병원에 가서 진료받거나 심지어 의료인도 없이 집에서 치아를 뽑거나 치과의사 처방도 없이 항생제를 먹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치과 진료 인프라 부족으로 치과에 가지 못해 자가발치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도한 영국 공영방송국 Channel 4.

일부는 수백만 파운드를 들여 사립병원에서 진료받고,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고 오는 사람도 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에서도 한 16세 환자가 입안의 농양을 제때 치료하지 못했다가 호흡 곤란을 겪었다. 타임에 따르면, 이 환자는 치아 6개를 발치한 뒤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우십과 구글 아시아태평양 뉴스룸 리더십 펠로우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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