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미니쉬테크놀로지 강정호 대표 인터뷰

“예뻐지려고 건강한 치아를 깎는 게 맞을까?”
2000년대 후반, ‘라미네이트’ 열풍이 불던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잘나가던 치과의사 강정호 대표의 머릿속은 늘 이 질문으로 복잡했다. “내 가족에게 권하지 못할 치료라면, 환자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이 신념은 결국 그가 안정적인 병원 경영인의 길 대신, 의료테크 벤처 ‘미니쉬테크놀로지’를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2021년 창업, 지난해 기업가치 500억원에서 올해 900억원 이상으로 뛰었고,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259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약 100억원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연말에는 200억 원 달성을 내다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치과 시장을 뺏는 ‘경쟁’이 아닌, 없던 시장을 만드는 ‘창조’로 판을 바꾼 그의 사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무너진 석탑을 시멘트로 덮으시겠습니까?

강 대표가 기존 치료법에서 느낀 가장 큰 안타까움은 ‘건강한 치아의 불필요한 삭제’였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래 치아처럼 복구한다’는 원칙에 집중했다.
“문화재인 석탑이 무너지면 시멘트가 아닌, 원래의 재료로 복원하잖아요. 치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면(에나멜)이 손상되면 에나멜과 가장 유사한 재료로, 상아질(덴틴)이 문제면 그와 가장 비슷한 재료로 복구해야죠.”
이것이 바로 미니쉬 솔루션의 핵심이다. 생체모방이론에 근거해 손상된 부분만 초정밀 기술로 다듬어내고, 치아와 가장 유사한 성질의 재료(미니쉬블록)로 원래의 형태와 기능을 되찾아준다. 덕분에 3~6개월 걸리던 전악수복 치료는 단 3일 만에 가능해졌고, 환자의 고통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기술과 임상을 연결하는 독특한 ‘상생 생태계’

미니쉬테크놀로지는 치아복구 솔루션 ‘미니쉬’를 파트너 치과(미니쉬 프로바이더)에 공급하는 헬스테크 기업이다. 예방부터 복구, 안티에이징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진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치과 재료, 장비, IT 솔루션 개발 등 최적의 치료를 위한 제반 사업을 펼친다.
회사의 독특한 점은 기술 개발과 임상 현장을 긴밀히 연결하면서도 분리한 구조에 있다. 강정호 대표는 미니쉬치과병원 소속이 아닌, 기술 고도화와 환자 피드백(반응)을 얻기 위해 요일에 맞춰 진료하는 프리랜서 원장으로 일한다. 현역 의사로서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생 모델에 대한 신뢰는 독특한 주주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미니쉬테크놀로지의 투자자들은 외부 기관이 아닌, 미니쉬 솔루션을 직접 시술하는 의사와 직원, 심지어 치료를 직접 받은 환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파트너십은 빠르게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2025년 10월 기준 ‘미니쉬 프로바이더’는 한국 43곳, 일본 29곳, 미국 1곳, 캐나다 1곳, 베트남 1곳 등 총 75곳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니쉬테크놀로지가 모아치과 운영을 지원하는 엠디이노베이션을 인수, 프로바이더를 포함해 총 111곳에 달하는 ‘미니쉬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런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다. 특히 일본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2022년 4월 시작한 의사 교육 프로그램 ‘미니쉬 코스’는 현재까지 32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 중 21%(67명)가 일본 치과의사다. 오는 10월 말에는 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현지 의사 대상 교육도 진행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넘어야 할 과제는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과제는 급격히 늘어나는 글로벌 ‘미니쉬 프로바이더’의 품질 관리다. 국내외 100곳이 넘는 파트너 병원에서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정밀한 시술과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 한 곳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렵게 쌓아 올린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비용 문턱을 낮추는 것 역시 대중화를 위한 시급한 숙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소수만 누릴 수 있다면 ‘보편적인 치료’라는 비전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 있다. 기술의 가치를 시장에 설득하는 동시에, 비용 효율성을 높여 더 많은 환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미니쉬테크놀로지는 누적된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미래를 그리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17만 건의 임상 데이터는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시스템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강 대표는 “축적된 데이터를 B2C로 확장하면, 환자가 자신의 치아 사진과 데이터를 입력했을 때 예상되는 변화, 삭제량, 치료 후 이미지를 미리 볼 수 있다”며 “치료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를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라식처럼 자동화된 치아 치료 장비’를 만드는 것. 그는 “치아도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치료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이를 통해 AI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강 대표는 “상장 일정을 못 박고 준비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먼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라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내실을 다지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의 비전이 치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