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점점 덜 빼는 미국 MZ세대

2025.10.02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사랑니 X선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장면
오늘날 사랑니 발치는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2000년부터 이상적인 사랑니 발치를 권장하지 않기 시작했고, 2008년 미국 공중보건협회가 질병이 없는 제3 어금니 발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픽셀

2011년 9월 미국 뉴욕타임스에는 ‘그 치아를 제거하는 것의 지혜’라는 칼럼이 실렸다. 사랑니가 영어로는 지혜의 치아(Wisdom Tooth)라고 불리는 것을 빗대 적은 제목이다.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의료전문기자 로니 캐런 라빈의 기사로, 당시 라빈은 딸의 사랑니를 두고 치과의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기사를 풀어나갔다.

당시 치과의사는 “지금은 문제 없지만, 학기 중반, 어쩌면 시험 기간 중 (치아)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면서 “그러면 학교를 조퇴하고 사랑니를 뽑아야 할 것이니 미리 뽑는게 낫다”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도 반대 의견은 있었다.

당시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 치대의 교정학과장인 그렉 황 박사는 신문에 “충수염 위험이 있다고 모두가 맹장을 떼어내느냐”고 반문했다.

오늘날 사랑니 발치는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질병에 걸리지 않은(undiseased) 사랑니를 뽑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증거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2000년부터 이상적인 사랑니 발치를 권장하지 않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미국 공중보건협회가 질병이 없는 제3 어금니 발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치과협회 등 다른 기관은 그간의 권고 사항에 유사한 변화를 주고 있지 않다.

치과 의사가 환자의 구강 검진을 수행하는 모습, 어린이는 검사대에 누워 있는 모습.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일수록 사랑니 발치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30세 미만서는 사랑니 발치 26%에 그쳐
유고브는 최근 조사에서 미국의 나이든 어른들은 대부분 사랑니를 발치한 반면, 대부분의 젊은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45세 이상 미국인의 경우 3분의 2가 사랑니 전체를 발치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40~44세의 경우 49%, 35~39세의 경우 46%로 내려갔다. 심지어 우리의 MZ세대에 해당하는 30~34세는 36%로 떨어지고, 30세 미만에서는 사랑니 발치 비율이 26%에 그쳤다고 한다

또 유고브는 2000년 이전에 20세가 된 미국인의 3분의 2(67%)가 사랑니를 발치했지만, 2000~2008년 사이에 20세가 된 미국인은 48%로 떨어졌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19%포인트가 감소한 셈이다. 2009~2015년에 20세가 된 미국인은 35%만 사랑니를 발치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사랑니 발치를 두고 성별, 지역별 조사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남성(46%)보다 여성(58%)이 사랑니 발치 경험이 많았다.

또 지역별로는 중서부(미드웨스트) 지역이 60%로 발치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북동부 지역은 47%로 가장 낮게 나왔다.

그렇다면 사랑니는 빼는 게 좋을까 안 빼는 것이 좋을까. 해답은 사실 모두 알고 있다. 치과의사의 검사 결과 필요할 때 빼는 것이 좋다. 유고브 조사에서도 많은 미국인들은 치과의사가 언제 사랑니를 빼야 하는지 좋은 판단을 내린다고 신뢰했다. 응답자의 57%는 치과의사가 사랑니 발치할 때는 항상 또는 주로 의학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의사의 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협회 페이스북에 따르면, 사랑니가 통증 없이 반듯하게 났다면 뽑지 않아도 되지만,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양치질에 신경 써야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의사의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사랑니는 눈에 보이지 않고 고통이 없더라도 매복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대개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스무 살 쯤에는 치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권고된다.

또 임신부의 경우에는 사랑니에 염증이 생겨도 태아 걱정으로 약 복용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임신 계획과 동시에 사랑니에 대한 진찰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A dentist wearing a mask and gloves is examining a patient's mouth using dental tools and a headlamp in a medical facility.
치의학 선진국인 미국은 치과 진료비가 높아 해외로 ‘치과원정’을 가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사진=픽사베이

비용 때문에 해외로 ‘치과원정’가는 미국인들
미국은 흔히 치과의학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를 비롯해 많은 유명 치과대학병원이 즐비하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당장 치아가 깨져 크라운만 씌우더라도 치아 하나에 2000달러(약 280만원) 정도 든다.

필자 역시 2021년 미국에서 어금니가 깨졌는데, 학생 할인을 받아 1700달러(약 240만원)를 냈다. 한 달 치 생활비를 치아 하나에 써버린 셈이다.

이 때문에 해외로 치과병원 원정을 가는 미국인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앨리슨 캐플란 객원기자는 튀르키예에서 치과 병원 진료를 받은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여행 중 튀르키예 서부 해안도시 다트차라는 지역을 여행하던 중 어느 금요일 오후 인근에 있는 치과에 들렀다. 검진은 무료였고, 파노라마 엑스레이 하나만 15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사랑니 하나가 매복돼 있어 발치를 권유받았고, 이에 캐플란은 그 다음주 월요일 발치 수술을 받았다. 스케일링 49달러, 발치 수술 110달러 등 도합 183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이 치과의사는 또 캐플란에게 페이스북 산하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 전화번호를 주면서, 질문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캐플란 기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신규 환자 진찰료가 약 400 달러, 엑스레이 165달러, 사랑니 발치 수술 200~400달러선이며, 마취료는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라고 소개했다.

즉, 캐플란은 튀르키예에서 치과 수술로 한 달 여행비와 맞먹는 700달러를 아낀 셈이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우십과 구글 아시아태평양 뉴스룸 리더십 펠로우 등을 거쳤다. 취미 겸 특기는 참고서 집필로, 지금까지 <언론고시 하우 투 패스>, <고급 언론고시 실전연습> 시리즈, <중앙일보-JTBC 입사 공식 가이드북> 등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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