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부족에 플로리다 갑론을박, 공화당 ‘치료사 자격’ 법안에 민주당 국민 건강권 해친다 경고

2026.03.24

치아 진료를 치과의사가 하는 것은 한국 상식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논의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치과의사가 부족한 지역이라면, 그것도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에서 벌어진다면 논란이 없을 수가 없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회에서 진행 중인 논란이다.

미국 치과의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치과 온라인 플랫폼 Dental Town의 설립자 하워드 파란이 자신의 계정에 플로리다주의 치과치료사 법안 통과 뉴스를 공유했다.

지난 5일 플로리다주 지역 정치전문매체 플로리다폴리틱스에 따르면, 공화당이 장악한 주 하원에서는 최근 치과치료사 자격 신설 법안이 80대 29로 통과됐다. 매체에서는 당파적 투표로 인한 결과로 분석했다.

공화당 측은 이 법안이 플로리다의 치과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통과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플로리다에 있는 67개 카운티(군 개념) 중에 치과의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딕시와 길크라이트 등 2곳이나 있다는 게 공화당의 논리다.

이 법에 앞장선 린다 체니 공화당 주하원의원은 “치과의사가 (필요 인원 대비) 1300명 모자란 플로리다주의 부족분을 채우는데 이 법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과에서 환자의 치료를 받는 장면으로, 두 명의 치과의사와 한 명의 환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로리다는 주별 GDP기준 1조 7055억 달러로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에 이어 미국 내 4위 부자 지역이지만 치과의사가 부족해 유사 자격을 신설하고 있다. 사진=픽셀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대릴 캠벨 주의원은 이번 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치과의사가 부족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답안이 (진료) 수준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부자 지역으로 꼽히는 플로리다의 치과치료사 논란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대한민국의 선진 치과 시스템에 대한 고마움이 들게 된다.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주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플로리다는 1조 7055억 달러로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에 이어 미국 내 4위 부자 지역이다. 그런 플로리다에 치과의사가 부족해 유사 자격을 신설하고 있는 것이다.

채니 의원은 플로리다에 매년 치과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병원에 오는 사람이 3000명이고, 치아 관련 응급 진료를 위해 병원을 오는 사람이 12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적기에 제대로 된 치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도시 전경과 병원 건물들이 있는 풍경.
미국 내 치과 대학 중 최초로 치과치료사 과정을 개설한 미네소타 대학교.

 치과치료사 학교, 미국 내 5곳
플로리다주 하원 법안에 따르면, 치과치료사는 18세 이상으로 범죄 경력이 없고 치과치료사 학교를 졸업한 뒤 면허를 따야 한다. 이들 학교는 미국치과협회 치과인증위원회에서 인증을 받은 학교다.

하지만 치과인증위원회 인증을 받은 학교는 미국에 3곳에 불과하다. 미국치과치료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 내에는 치과치료사 학교가 미네소타대, 미네소타주립대, 워싱턴 스카짓밸리칼리지, 알래스카 일리사빅칼리지, 미네소타 메트로주립대 등 5곳이 있다.

이 중에서 미네소타대, 워싱턴 스카짓밸리칼리지, 알래스카 일리사빅칼리지 등 3곳은 미국치과협회 치과인증위원회의 인증을 받았다고 치과치료사협회는 표기했다. 메트로주립대와 미네소타주립대는 미네소타치과위원회의 인증을 받았다고 학교 홈페이지에 밝혔다.

치과치료사는 치과의사의 감독 하에 마취를 할 수 있다. 마취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주 보건부 심폐소생술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외에 치과치료사는 일부 환자의 비수술적 발치를 할 수 있지만, 매복, 골절, 절단 등의 경우에는 발치할 수 없다. 이 외에 치과치료사는 임시 크라운 접착, 교정밴드 사전 조절 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2024년 미국치과협회는 치과치료사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협회는 2024년 미국입법교류협회에서 제시한 치과치료사 승인 모델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협회는 “치과의사는 치과 진료를 진단하는 전문가로, 치과의사의 진료 지시는 서면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시간주에서 처음으로 치과치료사 자격증을 받은 다나 오베이

미국 중북부 미시간주에서는 올해 초 면허를 받은 첫 치과치료사가 북부 외곽 지방에 배치됐다. 미시간주 정부는 치과치료사에 대해 치과의사의 감독하에 검진, 클리닝, 필링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제한된 진료를 담당하며, 8년이 걸리는 치과의사 양성 과정에 비해 짧은 3~6년이 걸린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미시간주는 치과치료사 양성 과정이 없어, 희망 학생은 타 주에서 공부하고 와서 개업해야 했다. 현재 페리스주립대가 2년 내 치과치료사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미국치과치료사협회에 따르면, 치과치료사 제도는 1921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모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알래스카주가 치과치료사 제도를 도입한 첫 주로 꼽힌다. 2005년 시골지역에서 치과치료사 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2022년 초기에는 교육기관이 없어 뉴질랜드에서 교육을 받은 치과치료사를 알래스카 서부 시골지역 등 원주민 부족 지역에 배치했지만, 이후 지역 내 일리사빅칼리지 컨소시엄이 미국치과협회의 인증을 받아 교육에 들어갔다고 한다.

2018년 발표된 치과의사 도널드 치 외 4인의 알래스카 원주민 내 치과치료사 활동에 대한 논문에서는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치과 치료사는 예방 치료를 더 많이 제공하고 발치 시술은 더 적게 하는 경향이 있다. 주 정부 차원의 정책은 소외된 지역 사회 주민들의 치과 진료 요구를 충족하고 건강 형평성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인 해결책의 일환으로 치과치료사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의료 접근권이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 어전트케어를 가면 임상간호사를 만나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릴 때도 있다. 몇 년 전에 미국에 사는 교포들과 토의에 가까운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이 때 한 참석자가 1차 진료소에서 진찰을 보고 전문의를 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좋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에 필자가 “한국처럼 전문의를 바로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니냐”고 말을 했다가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치과치료사 논의 역시 참으로 미국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우리 현실이 고마운 것이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우십과 구글 아시아태평양 뉴스룸 리더십 펠로우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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