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질하는 법까지 포스터로 배포하는 미국

2026.03.24

지난 2월은 미국치과협회가 지정한 전국 어린이 치아 건강의 달이다. 미국 치과학계에서 어린이들의 치아 건강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 연중 행사 같은 것이지만, 2월에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칫솔질 달력 등 비주얼 자료를 배포하기도 한다.

이가 튼튼하게 유지되도록 플루오르가 포함된 치약으로 하루에 두 번 양치하는 만화 캐릭터
미국치과협회가 배포한 올바른 치아 관리 및 칫솔질 습관을 유도하기 위한 만화 형태의 포스터

외국인의 눈에 신기한 것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제작된 그림 포스터다. 어린이들의 올바른 치아 관리 및 칫솔질 습관을 유도하기 위해 아예 아이의 눈에 맞는 만화 형태의 포스터를 제작, 매달 집에 부착해 게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외국어 사용 인구로 꼽히는 히스패닉계의 스페인어 사용을 겨냥해 스페인어 포스터를 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쉽게도 한국어나 중국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 타 언어는 제작되지 않았다. 협회가 제작한 칫솔질 가이드 만화는 총 5개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선언문 형태로 작성된 “나는 불소 성분이 들어 있는 치약을 사용해 하루에 두 번 양치질을 해 내 미소가 강력하게 유지되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미소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올바른 치아 관리 습관은 중요한 대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포스터 하단에는 4개 세부 실천항목이 적혀 있다. 우선 칫솔질을 할 때는 칫솔을 잇몸에 45도 각도로 대고 짧은 동작으로 부드럽게 앞뒤로 움직인다. 또한 모든 치아의 바깥쪽, 안쪽, 씹는 면을 닦으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혀도 닦아야 하는데 이는 세균을 제거하고 입 냄새를 없애는 목적이다. 끝으로 앞니 안쪽을 닦을 때는 칫솔을 세로로 기울여 위 아래로 여러 번 움직인다. 아쉽게도 치아와 치아 사이 솔질에 대해서는 추가 언급이 없다.
 
이 포스터는 두 가지 크기로 나온다. 8.5 X 11인치 크기와 11 X 17인치 크기 두 종류가 있다. 또 협회는 이와 별도로 어린 아이들이 놀이 활동에 쓸 수 있도록 포스터를 색칠놀이에 쓸 수 있는 컬러링 디자인도 내놓았다. 집에서 부모가 프린트 해주면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색칠하면서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2026년 1월 달력, 눈송이와 함께 '2026'이라는 숫자가 꾸며져 있으며 치아 건강을 위한 표식이 있는 디자인.
아침과 저녁 두 번 칫솔질, 치실 하루 한 번 등 총 3회의 관리 여부를 매일 펜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치아 관리 달력.

포스터와 별도로 치아 관리 달력도 있다. 일 년 열두 달 달력을 매달 프린트에 벽에 부착하고, 날마다 치아 관리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치실로 치아 사이를 관리했는지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다. 아침과 저녁 두 번 칫솔질, 치실 하루 한 번 등 총 3회의 관리 여부를 매일 펜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미국 치과 의료계에서 치아 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어린이 건강권과 동시에 현실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치과 비용이 한국에 비해 최소 몇 배 이상은 비싸기 때문에 치과 보험이 없는 서민 가정은 아예 진료를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미국치과협회(ADA)의 아기의 첫 치과 방문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상

필자 역시 최근에 가족이 충치 치료를 받을 일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만약 신경치료를 할 경우 진료를 할 수 있는 치과의사를 찾는 일부터 어렵고, 신경치료를 한다고 해도 치아 한 개당 진료비가 수백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에 일시 귀국해 진료를 받았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가 많이 퍼져있어 탄산음료를 과다하게 마시기 쉽고, 사탕이나 과자류도 매우 달아 충치 위험이 크다. 치과보험업체 르네상스에서 최고치과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레이첼 이필 박사는 “충치는 미국 어린이들에게 가장 흔한 만성 질환이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서도 “충치는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더테네시안 기고문에서 강조했다.
 
이필 박사는 어린이들의 치아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조기에 예방적 치과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도록 권고했다. 검진 이외에 스케일링, 엑스레이 촬영 등도 필요하다. 미국 소아치과학회는 아이의 첫 치과 검진을 첫 번째 생일(한국의 첫 돌) 이전 또는 첫 번째 유치가 나온 후 6개월 이내에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조기 검진을 통해 치과의사가 어린이의 구강 발달을 진찰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아이와 칫솔이 있는 건강한 치아 관리 프로그램 홍보 이미지
미시간주 보건복지부는 ‘Healthy Kids Dental(HKD)’ 프로그램을 통해 메디케이드 대상 어린이에게 저렴하거나 무료인 치과 진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치아 건강은 단순히 충치가 있고 없고, 이가 시리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치과 질환을 적시에 치료하지 못할 경우 통증은 물론 감염이 커지거나 신체의 다른 기관으로 퍼질 수도 있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다행히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보험이 없는 서민 자녀를 위한 주 자체의 건강보험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다. 미국 중부 미시간주가 그 예 중 하나다. 미시간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의 메디케어 적용이 안되는 이른바 차상위 계층을 위한 주 자체 건강보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보험은 아니지만 보험처럼 혜택을 준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치과 진료를 저렴하게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매년 6월 구강보건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최근 협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치협은 오는 6월 6일 코엑스 마곡에서 이 행사를 진행하며, ‘통합돌봄시대의 구강돌봄 체계 구축’이라는 부제로 ▲ 구강보건의날기념 정책 포럼 ▲ 치과 기자재 전시ㆍ체험존 운영 ▲ 보수교육 학술 강연 ▲ 방문 구강관리 실습ㆍ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 행사가 꾸려진 예정이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우십과 구글 아시아태평양 뉴스룸 리더십 펠로우 등을 거쳤다. 

미니쉬테크놀로지 뉴스룸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