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퇴하면 누가 치과 진료하나” 美 동부 시골 치과의사의 고민

2026.07.29

미국 치과의사 4%는 55년 이상 봉직 통계도

dental treatment of patient
미국 농촌 지역의 치과 진료 접근권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픽셀스

한국인 입장에서 미국에 치과의사가 없다고 하면 쉽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충치가 생겨 크라운 하나만 씌워도 2000달러(약 300만원)는 가볍게 넘어가는데 치과의사가 없다고? 치료 없이 진찰만 해도 100달러(약 15만원)는 된다. 우리 돈 몇십 만원에서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치과 보험을 들면 부담이 좀 내려가지만 이마저도 제약이 많다.
 
하지만 외딴 시골지역에서는 치과의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치과의원을 처음 개설할 때 드는 비용 대비 수익이 부족할 수도 있고, 인구 자체가 작아 새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미국 치대 졸업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우리돈 몇 억 원씩 받는 것을 감안하면, 시골에서 봉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실제로 미국의 교외 지역에 치과의사가 부족한 것을 지리 정보를 활용해 국토 전역을 분석한 연구(하버드 치대 하와진 엘라니 교수팀)도 있다.
 
최근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지역 비영리 매체 스포트라이트PA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미드빌에 있는 미드빌메디컬센터에서 치과디렉터로 일하는 제임스 맨시니(66) 치과의사는 40년 간의 치과의사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만치니는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시골 봉직을 결심했다. 피츠버그에서 개인 치과를 운영하던 그가 이곳으로 온 것은 20년 전인데, 시골에서 몇 달씩 치과 진료를 기다리고 또 먼 길을 운전해 오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만치니는 자신이 봉직해 온 치과디렉터직의 후임자를 뽑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피츠버그대 치대를 방문해 후임자 물색을 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미드빌이 어딘지 몰라 나를 쳐다본다”고 그는 말했다. 미드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필라델피아 등 펜실베이니아 동부 해안 도시와 달리 서쪽 끝에 있다. 지리적으로는 40㎞만 서쪽으로 가면 오하이오에 진입하고, 필라델피아까지는 600㎞ 넘게 가야 한다.
 
막상 후임 치과의사를 영입한다고 해도 진료 환경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만치니는 현재 두 명의 의료진과 더불어 1만600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검진, 스케일링, 수술, X레이 촬영 등을 한다. 3월 한 달 동안 이들은 157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3명의 치과의사가 20일 근무한다고 단순 계산해도 하루에 26명을 진료해야 하는 식이다. 피츠버그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만치니는 약 150㎞를 통근하면서 주3회 진료를 하고 있다.

a dentist and his assistant working on a patient
미국 교외 치과의사의 55%가 은퇴 연령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농촌 지역 센터를 설립해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보조원을 육성하자는 계획도 수립되고 있다. 사진 = 픽셀스

이같은 현실은 미국 농촌 지역에서 치과 진료 접근권을 두고 더 큰 위기가 되고 있다. 각 농촌 지역별로 나이 든 치과의사들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지만, 젊은 치과의사들이 이주를 꺼리기 때문이다. 2023년 의회 자료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치대 졸업자 중 6%가 교외 지역에서 일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또 교외 지역 치과의사 중 55%가 은퇴 연령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의 문제일 뿐, 농촌 지역의 치과의사 대란은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은 아예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런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피츠버그대는 농촌 지역에 지역센터를 세우고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보조원  등을 육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로 치면 농촌 출신들이 고향에서 봉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2025년 위스콘신공영라디오와 인터뷰한 치과의사 스캇 니콧은 1973년부터 위스콘신주 토마에서 봉직했다. 치대 졸업 후 고향에서 개원한 그는 40여 년 봉직 후 은퇴하는데 치과를 넘겨 받은 치과의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인구 1만 명 이하 시골 도시에 오려는 치과의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홈페이지 확인 결과, 현재 해당 치과는 젊은 새 의료진이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치과협회 정책연구소는 미국 치과의사의 은퇴 연령을 연구해 왔는데, 2023년 기준 미국 치과의사의 평균 은퇴 연령은 69세로 나타났다. 치과의사의 21%가 65세 이전에 은퇴하며, 20%는 75세가 넘어 은퇴한다. 은퇴를 고민하는 치과의사들은 대개 개인 병원을 매각한다. 매각에는 대개 1년 정도 걸린다고 치과 전문 공인회계사 앨런 시프는 말했다. 또한 치과의사의 평균 은퇴 연령 69세는 2001년에 비해서는 4년이 늦어진 것이다.
 
한 평생 지역사회 치아건강에 봉직하고 은퇴하는 치과의사들은 뉴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역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하이오주 이스트리버풀에서 34년간 봉직한 소아치과의사 데이비스 로버트 박사는 6월 30일을 기해 은퇴하고 폐원했다. 그의 은퇴 소식은 현지 매체 마호닝매터스에 실리기도 했다. 로버트 박사는 “34년간 지역 어린이들의 미소를 관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로버트 치과의사가 밝힌 폐업 인사 캡처.

동부 볼티모어에서도 46년간 치과병원을 운영해 온 두 치과의사가 같은 날 은퇴하며 병원을 폐원했다. ABC 계열 WMAR 뉴스에 따르면, 동부 볼티모어 지역에 있는 치과의사 윌리 리처드슨과 찰스 셸턴은 1979년 이곳에 병원을 차려 지역 흑인 인구를 중심으로 진료해 왔다. 메릴랜드대 치대 동기인 두 사람은 주말 당직까지 짜면서 주 7일 진료를 고집해 왔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2023년 미국치과의사 봉직 연수 통계에서 놀라운 사실도 있다. 전체 조사대상의 4%가 55년 이상 봉직했다는 데이터다. 25세에 치과의사가 됐다고 하더라도 70세까지 꼬박 진료에 몰두한 셈이다. 그 열정에 존경을 보내고 싶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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