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사막’ 해결에 안간힘 쓰는 영국과 미국

2026.07.07

NHS 주요 치과 검진 한눈에 보기 – The Best of Health 2026

‘치과 사막’이라는 말은 아직은 우리에게는 낯설게 들린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 중소도시에도 치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영국치과저널에 실린 영국 리즈대학 연구원 스테판 클라크 박사는 치과 사막을 이렇게 정의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한 신규 치과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고, 기존 치과 환자에 대한 진료 여력이 줄어드는 등 치과 치료 접근권이 제한적인 지역.” 쉽게 말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지역을 말한다.

흔히 영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무료라고 알려져 있다. 무료는 아니지만 비용은 저렴해 보인다. NHS 홈페이지는 영국 건강보험 적용 치과 검진을 밴드 1~3으로 소개한다. 검진이나 다듬기, 잇몸치료 등은 밴드 1로 27.9 파운드(약 5만8000원)를 내야 한다. 스케일링은 치과의사가 진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밴드 1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전액 개인 부담이다. 밴드2는 76.6 파운드(약 16만원)를 부담하는데, 치아 발치, 아말감 등 충전재 치료, 신경치료, 사랑니 발치 등이 있다. 밴드3는 크라운 수복, 교정치료 등으로 332.1 파운드(약 69만1000원)를 자기부담한다. 또한 충치나 치아 부상 등 응급 치료는 27.9 파운드를 부담하게 된다. 영국의 물가를 감안하면 저렴한 비용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건강보험 치과 진료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유는 치과의사 부족과 낮은 수가 문제 등이 꼽힌다. 게다가 많은 진료 역량이 필요한 고난도 진료에 대해 수가 인정이 부족해, 단순한 진료 여러 건을 하는 것이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더 수익이 좋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올해 3월 BBC 뉴스에 따르면, 한 15세 소녀는 교정 치료를 받아 왔는데 작년 5월 이후 진료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교정기가 뺨으로 파고드는 등 고통이 있지만 치료를 못 받는다고 한다. 또 방송은 2021년 1월부터 작년 5월까지 영국 월트셔주 스윈던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에는 치통 등으로 내원한 환자가 3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해 참다가 응급실행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2025년 12월 가디언은 치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이를 뽑는 환자까지 생겼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시민단체 헬스워치잉글랜드를 인용, NHS 치과 진료를 제때 못 받는 환자들이 100마일(161㎞) 이상을 이동해 타 지역에서 진료받거나, 사립 병원에서 수백 파운드(수십~수백만원)를 들여 사립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심지어 해외로 나가 치과 진료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는 6월 3일 발표를 통해 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포츠머스대와 이스트앵글리아대에 각각 25명씩 총 50명의 치대 입학 정원이 신설됐다.

정기 치과 검진 – the foundation of NHS dental care

미국에서는 치과 진료가 고급 치과 사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이상 개인 부담이다. 이 때문에 치아 하나 크라운을 씌우려면 우리 돈 200만~300만원은 족히 든다. 하지만 이 돈을 낸다고 하더라도 치과 의사 자체가 부족한 동네가 적지 않다. 2025년 1월 하버드대 치대 하와진 엘라니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농촌 지역은 인구 3850명당 치과의사 1명이 있지만, 도시 지역에는 인구 1470명당 치과의사 1명이 있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알래스카는 치과사막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이 10.4%나 됐고, 농촌 지역이 많은 몬태나 (7.8%), 노스다코타(7.7%) 등도 치과사막 비율이 높았다. 워싱턴DC를 비롯해 코네티컷, 델라웨어, 뉴저지, 인디애나 등은 치과사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별로 보면 알래스카가 치과 진료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았고(10.4%), 몬태나(7.8%)와 노스다코타(7.7%)가 그 뒤를 이었다. 코네티컷, 델라웨어, 인디애나, 뉴저지 등 4개 주와 워싱턴 D.C.만이 치과 진료 사각지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라니 교수팀의 올해 발표한 ‘의료 취약 지역 치과의사의 진료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및 제도적 요인’ 논문에 따르면, 이같은 지역별 치과의사 부족의 이유로는 우선 치대 학비가 꼽힌다. 미국 톱 치대로 꼽히는 뉴욕 컬럼비아대 치과대학원의 대표 프로그램인 치의학박사(DDS) 프로그램은 연간 학비가 12만5320달러(약 2억원)다. 맨해튼 생활비까지 치면 연 3억원도 간단히 지출될 수 있다. 하버드대 공식 웹사이트 하버드 가제트는 연구 결과들을 인용, 치과대학원을 졸업한 신규 치과의사들이 적게는 20만 달러(약 3억원)에서 많게는 60만 달러(약 9억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치과의사 중에서는 학자금 대출이 80만 달러(약 12억원)에 달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돈이 많이 모이는 도시 지역 등으로 개원이 쏠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엘라니 교수팀은 치과의사들이 경력 초기에는 농촌 지역이나 치과사막 등에서 봉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지만, 경력이 오래되면서 이같은 경향이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했다. 게다가 교정전문의, 치주전문의 등 전문 분야가 있는 치과의사의 경우 일반 치과의사에 비해 치과사막 지역에서 개업하기를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작년 5월 켄터키주 대도시 렉싱턴에서는 치과의사가 적은 동네에 신규 치과의원이 개업하자 지역 방송국이 이를 촬영해 뉴스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시골 등 치과사막 지역의 치과의사 부족 현상이 국내와는 차원이 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시골 지역에는 치과의사가 부족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들이 시골에서 봉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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