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쉬피플 인터뷰] 이은경 UNGC 실장

“기업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꾸자는 미션에 매료돼서 지금까지 왔어요. 무급인턴으로 시작해서 어느덧 18년째네요.”
이은경 실장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ESG 이슈를,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그의 역할을 빗대 업계에서는 그를 ‘ESG계의 이모카세’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회원사가 350여 곳으로 불어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기업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언론대학원에서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그는 2008년 공공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에 이끌려 UNGC의 문을 두드렸다.
“보통 유엔 기구들은 아동, 개발, 취약계층 이슈에 집중하는데 여기는 달랐어요. 공공과 민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실장을 만나 ESG가 국내 기업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8년 입사 당시 ESG는 어떤 위상이었나요.
“2010년 전후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는 분위기였어요. CSR 전담부서도 사회공헌 업무가 중심이었고 그마저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는 ESG의 필요성, UNGC의 가치를 알리는 데 거의 10년을 쏟았던 거 같아요.”
-ESG 바람이 분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결국 자본이 움직여야 하는데요. 블랙록 같은 대형 투자자, 글로벌 연기금 등 자본시자의 큰손들과 미국, EU의 규제 흐름 때문에 최근 5년 사이 ESG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됐어요.
참고로 ESG라는 키워드는 UNGC가 만들었습니다. 작년이 20주년이었고요.”
-최근의 흐름은 어떤가요.
“기업들의 접근 방식도 변화하고 있어요. 제가 UNGC를 시작할 때만해도, 사회공헌이나 홍보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전략기획팀이나 각 실무 부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기업 리더십들도 인식이 많이 올라갔고요. ‘왜 해야 하나’에서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로 초점이 많이 옮겨졌어요.”
-실장님을 찾는 곳도 많을 거 같아요.
“한 달에 네댓 번 강연을 하고 여러 기업, 기관에 ESG 경영 전략과 실행 방안을 자문하고 있어요. 국회·정부·학계·NGO·국제기구 등과도 협력합니다. ESG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일해야 합니다.
자문한 기업에서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ESG 경영전략이라는 키워드도 자주 접합니다.
“ESG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에요. 글로벌 투자자와 고객사들이 ESG를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서 기업들은 이를 경영 전략으로 내재화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됐습니다.
지속가능성은 기업 성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입니다. 지속가능성을 근간에 두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전환해나가야 합니다. 탄소 감축, 재생에너지, 산업 안전, 직장내 다양성과 포용성 등의 이슈까지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준비할 게 너무 많다는 반응도 있어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국내 기준이나 제도보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아요. 몇년 전 애플이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하면서, 협력사인 삼성이나 LG도 영향을 받게 됐지요.
자연스럽게 공급망 안에 있는 중소·중견기업도 ESG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어요. 고객사, 투자사의 요구와 책임범위, 규제 대상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유럽에서도 속도조절이 진행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ESG 전담팀이 해법이 될 수 있나요.
“ESG팀에서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슈에 따라 환경, HR, 법무, 감사, 조달, IR, 홍보, R&D 등 전사적으로 해야 합니다. 다른 부서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경영진도 설득해야 하고 숙제가 많아졌어요.
다행히도 ESG가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은 경영진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결국 ESG역량을 어떻게 재무적 성과로 연결시킬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ESG 인력 수급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현재로선 ESG 업무가 새롭게 생긴 분야이기 때문에 대기업도 대부분 기존 부서나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분들이 이동해오고 있어요. 협업도 많고 설득도 해야하고 회사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차가 높은 분들이 많습니다. 내부에서 ESG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잘 키우고,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UNGC 회원사 중 중소기업의 준비 정도는 어떤가요.
“예전에는 거의 대기업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회원사의 30% 이상이 중소·중견 기업이에요. 투자자나 고객사 요구 때문이죠.
UNGC 본부에서 ‘SPAR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 협력사 또는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ESG 전략수립 및 교육을 런칭했고 국내에도 곧 도입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주제의 실무그룹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노하우와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어요.”
-ESG에서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이슈는 무엇인가요.
“환경 중심으로 시작이 됐는데 이제는 소셜이나 거버넌스 이슈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특히 거버넌스는 회사의 관리 체계라든지, 이사회의 투명성 제고, ESG 리더십 내재화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AI와 자동화도 화두입니다. ESG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향후 몇 년 동안 AI로 인해 자본시장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기업 리더십들은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기존 인력에 대한 교육이나 재배치가 필요하고 이들이 일자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로봇을 만드는 기업에서는 3D 업종에서 로봇이 오히려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대신한다는 점을 어필하기도 합니다. 로봇과 공존하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라는 개념으로 투자사를 설득하기도 합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제조업을 예로들면, 예전에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됐지만 지금은 탄소 배출도 줄이고 환경도 해치지 않고, 생물 다양성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을 만드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원자재 수급부터, 공급망, 공장 운영 방식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그렇게 다 바꿔야 합니다. 그게 기업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마케팅과 사업전략에도 ESG가 필요한가요.
“물론입니다. 모든 전략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저희도 C레벨 임원 대상으로 하는 별도 프로그램이 있어요. 서스테너블 브랜드(Sustainable Brand)라는 이니셔티브도 생겨났어요.
우리 제품과 브랜드가 1~ 2년이 아니라 20년, 30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해야 합니다.”

-올해 글로벌콤팩트 설립한지 25주년입니다.
“본부에서도 여러가지 계획이나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저희도 글로벌 정책에 맞춰 국내 기업이 반(反)ESG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내재화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에 집중할 겁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매년 새로운 사람, 프로젝트, 이슈가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제가 호기심도 많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됐어요. 특히 많은 기업 리더십과 실무자들의 변화를 보면서서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미력하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이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