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오복(五福)’이라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오복이란 유교 경전인 ‘서경’의 홍범편에서 나온 인생의 바람직한 조건을 말한다.
인간으로서 보편적인 수명을 의미하는 수(壽), 물질적 부유함을 말하는 부(富), 마음의 편안함을 말하는 강녕(康寧), 남에게 베푸는 덕이 있어야 한다는 유호덕(攸好德), 사회적 소명을 다하고 정갈하게 생을 마감하는 고종명(考終命)의 5가지 복을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오복의 으뜸은 건치” “치아는 오복 중 최고” 같은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경전이나 문헌 등에서 출처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인터넷에서는 ‘신체오복’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현대적 맥락에서 건강한 소화기, 눈, 귀, 대소변 등과 더불어 그 으뜸으로 이가 튼튼한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래서 오늘날 건치는 오복 중 으뜸이라는 표현은 그리 반감 없이 자주 통용된다.
치아의 건강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일반인으로서 육류 등 섭취에 지장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통증이 있을 경우 일상 생활의 행복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저비용 초고품질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라면 치아 건강은 삶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필자는 5년 전 미국에서 식사를 하던 중 샐러드 토핑으로 올라온 마른 베이컨칩을 씹다가 이가 부러진 경험이 있다.
지인에 지인을 찾아 무려 ‘10% 지인 할인’을 받았는데 정확히 1700달러를 냈다. 우리돈으로 거의 250만원에 가까운 돈이다. 그 달은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 한창인 젊은이들도 이런데 현업에서 은퇴한 노인들에게는 치아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치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는 앞니가 비어있는 상태로 사는 사람도 보기 쉽다.
필자의 유럽 출신 한 지인은 미국에서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아 1개 치료하는데 6000달러까지 들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올 여름 자국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5일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가 보도한 치아와 노인의 사망 위험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사는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기사는 오사카공립대와 도쿄과학대 연구진이 각각 진행한 대규모 연구를 인용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사카공립대와 도쿄과학대 연구진이 각각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의 구강 건강 불량은 사망률 증가 및 장기 요양 필요성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사카공립대 연구진은 2018~2020년 치과 검진을 받은 일본 거주 75세 이상 노인 19만282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치아가 한개도 남지 않은 노인은 치아가 21개 이상 남은 노인보다 사망 위험이 1.7배 높았다고 한다.
연구진은 치료 받지 않은 충치가 저작 능력을 저하시키고,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신체 건강과 영양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80세까지 최소 20개의 치아를 유지하도록 장려하는 일본의 오래된 캠페인인 ‘8020 캠페인’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8020 캠페인은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89년 시작한 일본의 건강 캠페인이다.

치아를 잘 관리해 노년층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한 취지다. 신문은 80세에 치아 20개 있는 노인의 비율은 1989년 10%에서 올해 7월 기준 61.5%로 올랐다고 전했다.
연구를 주도한 오츠키 나오코 오사카공립대 강사는 “연구 결과를 통해 조기 치료와 정기적인 치과 진료를 장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과학대 아이다 준 교수팀은 구강 기능 저하가 건강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일본 전역에서 1만1080명의 노인을 6년간 추적관찰했다.
연구진은 남은 치아 수 부족, 저작 및 삼키기 어려움, 입안이 건조하거나 발음에 어려움 등 3가지 이상 증상이 나올 경우 구강노쇠(oral frailty)로 정의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 증상은 노인들이 더 적은 음식을 섭취하게 하고, 신체적 건강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줄이는 등의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노년층의 건강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과학대 연구 결과 구강 노쇠가 있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장기 요양을 필요로 할 위험이 1.23배, 사망 위험이 1.3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강 노쇠 노인의 65세 건강 기대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4~1.5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사실 구강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은 평소에 치아 관리에 신경쓰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개인적인 관리에 대해서는 치과의사들의 조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미디어그룹 그레이TV 계열의 오하이오주 지역방송인 WTAP는 최근 신년을 맞아 구강건강 수칙을 전달했다. 이를 닦을때 좌우 위아래 입술별로 30초씩 닦는 것은 기본으로, 차량에 치실 두기, 잇몸선까지 확실하게 칫솔질하기 등이 기본이다.
애나 헤이튼 치과의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칫솔질을 할 때 잇몸선 위쪽만 닦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환자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이슈 중에 칫솔질을 잇몸선까지 충분히 닦지 않는 것이 있다”면서 “잇몸선 부위의 플라그를 제거해야 잇몸 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실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하이오 치과의사 조너선 고어도 방송에서 자연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자연 치아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내 치아를 뽑지 않고 평생 사용하는 것이 오복 중 으뜸이라는 생각은 동서양 어디에서나 당연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미국 국무부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우십과 구글 아시아태평양 뉴스룸 리더십 펠로우 등을 거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