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 여성들에게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인 갱년기는 의학적으로 ‘폐경이행기’ 또는 ‘폐경’이라고 불린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폐경이행기는 노화로 인해 난소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부터 마지막 생리 후 1년까지의 기간이다. 40대 중후반에서 시작돼 점진적으로 시작되며 그 기간은 평균 4~7년이다. 갱년기에는 규칙적 운동, 체중조절, 금연, 식이요법은 물론 적극적인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갱년기에 치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리 인식이 많지는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치과대학은 작년 4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갱년기와 치아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뤘다.
대학 측은 폐경은 치아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폐경기에 흔하게 나타나는 구강 건강 문제로는 구강건조증, 잇몸 시림 및 퇴축(내려앉음), 치아 시림, 맛의 변화, 골밀도·골손실 등을 꼽았다. 구강건조증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면서 타액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입안이 건조하고 충치나 잇몸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잇몸이 더 잘 시리거나 기존 잇몸질환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잇몸이 내려앉을 때 폐경과 연관지어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치아의 시림이 심해지거나, 골밀도 저하로 인한 치아 흔들림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에스트로겐 손실 등 갱년기와 치아 건강에 대해 다뤘다. 기사에서 푸르니마 쿠마르 미국치과협회 대변인(미시간대 치대 치주구강학과장 겸 교수)은 “에스트로겐 손실은 구강 내에서 볼 수 있는 많은 현상의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갱년기 여성의 40% 이상이 구강 건조, 타액 감소, 통증 역치 저하, 미각 변화 등 입안의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갱년기 이전의 여성은 이 비율이 6%에 불과하다. 또 폐경기 여성은 턱뼈 골다공증, 잇몸염증, 충치 등 질환 위험이 더 높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치대는 갱년기 구강 건강을 위한 팁도 제시했다. 수분 섭취, 올바른 구강 위생 습관, 불소 함유 치약 사용, 정기 치과 검진, 균형잡힌 식단, 호르몬 대체 요법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 수분 섭취는 구강건조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데, 대학 측은 밤에는 가습기를 틀어 놓고, 침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무설탕 껌이나 사탕을 섭취하는 것을 권했다.
또 호르몬 변화에 따라 약해질 수 있는 치아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은 하루에 두 번 양치질을 하는 것은 물론, 매일 치실 사용을 하고 항균 구강청결제 사용을 권했다. 또 불소치약을 사용하면 치아의 법랑질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며, 특히 구강건조증이 있는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치과의사 진료는 필수다. 폐경기에는 특히 더 중요하다.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검진을 통해 치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또 대학 측은 갱년기로 인한 치아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진찰을 받으면, 더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세 치료가 가능한 질환을 방치했다가 병이 심해지거나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딜라 바이그 메릴랜드대 치대 구강악안면외과 임상 조교수(특수 진료 및 노인병 클리닉 소장)는 또 WP와의 인터뷰에서 폐경기에 흔히 나타나는 스트레스나 불안감, 수면 문제 등으로 여성들이 이를 가는 일이 생기는데, 이는 턱관절 장애나 치아 미세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가는 습관이 있다면, 치과의사의 처방을 받아 취침시 착용하는 ‘나이트 가드’가 권고될 수 있다. 이 장치는 잘 때 착용하면 치아 마모를 최소화하는 한편, 두통이나 턱 통증, 기타 턱관절 장애 완화 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갱년기가 여성들에게 일률적으로 치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에스트로겐 감소가 어떻게 구강 건강에 영향을 줄지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과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갱년기 여성들이 호르몬 변화로 인해 구강을 비롯해 신체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대화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24년 덴탈 치아보험의 조사 결과, 40세 이상 여성 5명 중 2명은 폐경과 관련한 구강 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등 불편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과의사 응답자의 53%는 여성 환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갱년기가 치아에 주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갱년기와 이 시기 구강 건강 등으로 이어진 신체적, 감정적 증상으로 인한 직장 생산성 저하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보고서에서는 12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폐경기 여성의 22%, 폐경이행기 여성의 20%가 폐경 증상으로 인해 결근했다고 집계했다. 또 조사대상 40~49세 여성의 27%가 12개월 내 치과 문제로 결근한 적이 있었다. 폐경에 대한 편안하고 적극적인 소통이 오가고, 적절한 치과의사의 진료가 있다면 이들 여성의 건강과 직장 내 만족, 생산성을 더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