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란 없다…군 복무ㆍ수의치과 등 새 지평 여는 치과의사들

2026.08.27

데이비드 웨스트버그

지난 6월 미국 군사 매체들 사이에서는 한 67세 치과의사가 관심을 모았다. 미 해군 제4 치과대대 소속 데이비드 웨스트버그으로 올해 67세다. 우리로 치면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미군의 해병대 연계(FMF) 교육을 우수하게 수료해 휘장을 받았다. 그는 올해 말 은퇴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63세였던 지난 2022년 입대했다는 점이다. 1년 전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이 먼저 장교 양성 학교를 졸업했는데, 이때 아들의 동기생 중에 60대 의사와 치과의사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용기를 냈다고 한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38년간 개원의로 봉직한 웨스터버그는 임관 후 치과대대에 배치됐다. 미 해군 의무국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4 치과대대에서 근무를 시작한 웨스터버그는 해병대 예비군을 대상으로 치과진료를 시작했다. 환자이자 전우인 해병대원들의 문화와 임무를 배우기 시작한 웨스터버그는 이들의 훈련 환경과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FMF 자격에 입과하게 됐다. 이 교육은 해군 장교를 대상으로 해병대 군인들과 작전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익히는 내용이다.

60이 넘은 나이에 해병대 교육을 수료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훈련을 수료하기 위해 웨스터버그는 아침은 물론 주말에도 공부에 올인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 교육을 수료한 미 해군 장교 역사상 웨스터버그가 최고령 기록자다. 그는 올해 말 4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할 예정이다. 전역 후에도 사회를 위해 봉사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동물원 수의치과의로 활동하는 현역 치과의사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 4월 미국 터프츠대 블로그에 따르면, 이 대학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스티븐 스피츠는 매사추세츠주 스토넘에 있는 스톤동물원에서 자원봉사 치과자문의로 활약한다. 원숭이의 치아가 부러지거나, 곰이 잇몸 질환에 걸리면 그는 출동한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호랑이도 치아 신경치료 후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스피츠의 본업은 사람의 치아를 진료하는 보철전문의다. 1990년대부터 치과의사로 일해온 스피츠는 어릴 때 수의사를 꿈꿨다. 하지만 대학 4학년 삼촌의 치과에서 일하면서 치과의사의 꿈을 키웠고 터프츠대 치대와 하버드대 치대에서 보철학 과정을 수료했다.

하지만 치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스피츠의 마음 한 켠에는 동물을 향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었고, 이에 피터 에밀리 국제 수의치과 재단과 협업을 통해 수의치과로 영역을 확장했다고 한다. 2013년 한 환자가 재단에 대해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블로그는 전 세계 적으로 273명의 공인 수의치과 전문의가 있고 대부분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봉직한다고 전했다.

수의치과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새로운 영역이자 협업의 장이었다. 2013년 스피츠는 수의사와 팀을 짜 해외 동물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동물의 마취와 전반적인 건강 관리는 수의사가 맡고, 스피츠는 치아 진료를 맡았다. 그는 거미원숭이, 수달, 킬카주, 호랑이 등을 진료했다. 수의사는 스피츠에게 치과 기술을 배웠고, 그는 수의사들에게 동물에 대해 배웠다.

스피츠는 인간이 (질병을) 치료해 준 동물은 야생에서보다 2배 더 오래 산다고 지적하며, 동물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연찮게 그 봉사활동 사진을 본 동물원 CEO가 자원봉사를 제안하면서 동물원 자문의로서의 역할이 시작됐다고 한다.

자신의 돈을 내고 해외로 치과진료 자원봉사를 떠나는 치과의사 및 치과위생사들도 있다. 미국 봉사단체 ‘그레이트 셰이프’에서 진행하는 ‘1000 스마일 프로젝트’가 그렇다. 이 학교는 2010년 미국 치과의사들이 자메이카 그린 아일랜드의 한 학교에서 시작한 시범 치과 진료 자원봉사 사업에서 유래한다.

올해는 자메이카 외에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에서 의료봉사가 진행된다. 단체는 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개발도상국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원봉사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치과의사는 1250달러를 자비 부담하고, 치과위생사는 1100달러를 낸다. 치대생은 1150달러, 치과위생 학생은 1050달러를 낸다. 다행히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은 외부 재단의 지원을 받는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백발의 고참 치과의사들의 진료 사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26년 동안 그리스에서 한센병 환자를 위해 무료 치과진료 봉사를 스위스인 치과의사 줄리앙 그리벨(83) 역시 치과의사의 숭고한 헌신을 보여주는 예다. 그는 1972년부터 1998년까지 26년 동안 그리스로 가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2017년 크레타섬 아기오스 니콜라오스 마을의 명예시민이 됐으며, 올해에는 그리스 명예국민이 됐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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