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셰프 “좋은 음식은 결국 사람을 웃게 만듭니다”

2026.06.04

“음식은 설렘입니다.”

1999년 주방에 첫발을 디딘 후 올해로 28년 차를 맞이한 정호영 셰프. 그는 인터뷰 내내 화려한 레시피나 기술 대신 ‘사람’과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음식을 먹기 전의 설레는 기대감, 그리고 그 기대가 충족되었을 때 찾아오는 기쁨. 그에게 요리란 단순한 미각의 만족을 넘어 손님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행복의 매개체다.

주방에서 미소 짓고 있는 요리사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는 정호영 셰프

연희동과 합정, 제주도에서 우동 전문점 <우동카덴>과 <이자카야카덴>을 운영하는 그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블루리본 13년 유지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상 경력이나 타이틀이 아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편안하게 식사하고,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다.

멋있어 보여 시작한 일식, 현실은 10년짜리 인내

어머니가 4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신 덕에 주방은 그에게 언제나 친숙한 공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길을 택했고, 그중에서도 일식을 고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오픈 주방에서 날렵하게 칼을 다루며 손님과 소통하는 셰프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주방은 냉혹했다.

“그렇게 멋있어 보이는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버텨야 하더라고요.”

남들이 잠든 시간에 출근해 끝없는 고생과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오늘날 대중의 사랑을 받는 베테랑 요리사라는 타이틀 뒤에는 화려함에 가려져 있던 오랜 인내의 세월이 숨어 있다.

스시를 세심하게 준비하는 셰프의 모습
화려함보다 기본에 충실한 요리를 추구하는 정호영 셰프의 주방

인생의 전환점 냉부해‘, 그리고 흑백요리사1을 거절한 이유

그의 요리 인생을 바꾼 전환점은 10년 전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다. 방송 전만 해도 머리를 빡빡 민 채 주방에서 요리만 하던 그였다.

사실 처음에는 일식을 잘하는 대가들이 많은데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출연을 거절했었다. 그럼에도 마음을 바꾼 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일본 요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을 일식의 선두주자가 아닌 ‘일식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알리는 전달자’로 정의한다.

최근 흑백요리사2 출연에 대해서도 솔직한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사실 시즌 1 때부터 섭외를 받았어요. 하지만 서바이벌이라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너무 커서 거절하게 됐습니다” 당시의 부담감을 털고 나선 그는 이후 ‘흑백요리사2’에서 TOP4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평양냉면이 가르쳐준 맛의 깊이

28년간 수많은 음식을 맛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묻자 뜻밖에도 ‘평양냉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 먹었을 땐 미식가들이 왜 그렇게 극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여러 번 먹다 보니 그 맛의 깊이를 알게 됐어요. 지금은 가장 맛있게 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이 경험은 그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정 셰프가 말하는 맛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조화로움이다. 눈으로 보는 비주얼, 코로 맡는 향, 입안에 닿는 온도와 식감까지 모든 요소가 부드럽게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된 요리가 된다는 지론이다.

셰프에게 치아는 가장 중요한 도구

음식의 식감과 저작 운동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셰프에게 치아는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니라 직업적 감각과도 연결된 중요한 도구다. 요리하는 것만큼 먹는 것도 즐긴다는 그는 평소 치아 색을 조금 더 밝게 개선하고 싶었지만 치아를 깎아야 하거나 시린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에 선뜻 시도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미니쉬를 알게 됐고 치료를 받은 뒤에는 기능적인 만족감을 높게 평가했다.

“잘 씹고, 잘 뜯고, 잘 먹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미니쉬를 하고 나서는 이 모든 걸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서 가장 좋습니다.”

미니쉬 후 주변 사람들이 “훨씬 젊어 보이고 보기 좋다”고 감탄하지만, 너무 자연스러워서 정작 어디를 고쳤는지는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다. 환하게 웃으며 치아를 보여주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고. 이제는 주변 동료들에게 미니쉬를 추천하는 전도사가 됐다.

음식점 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요리사.
정호영 셰프가 식당 운영과 요리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문득 생각나는 음식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요리 꿈나무들에게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면 행복한 직업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건넨 정호영 셰프. 인터뷰 끝자락, 어떤 요리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대단하고 거창한 요리를 하는 사람보다는 내 음식을 먹었을 때 미소가 절로 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하루를 끝내고 자려고 누웠을 때 문득 떠오르는 그런 오래 기억되는 맛 말이죠.”

좋은 음식은 결국 사람을 웃게 만든다는 믿음. 28년 차 요리사 정호영이 바라는 평범하고도 깊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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