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장에서 응급 대기 중인 치과의사들

2026.05.15

프로 스포츠 등 소위 엘리트 스포츠 분야에서는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각국 최고, 세계 최고를 겨루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인 것은 물론이고, 경기 결과에 따라 천문학적 돈이 오가는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축구단 인터 마이애미가 지난 3년간 리오넬 메시 영입 이후 벌어들인 돈만 하더라도 우리 돈 수조 원은 손쉽게 넘어간다.

미국 아이스하키 팀 선수들이 환호하며 금메달을 차고 있는 모습. 축하의 순간을 즐기며 스키 고글을 착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캐나다팀과 접점 끝에 우승한 미국팀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잭 휴즈 인스타그램

그 중에서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일부 엘리트 스포츠 종목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스포츠 치과의사들이다. 최근 AP통신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치과의사들에 대해 다뤘다.

통신은 지난 2월 치러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을 다뤘다.

당시 미국은 연장 끝에 캐나다에 2대1로 이겼다. 46년만에 우승이었지만, 당시 공격수 잭 휴즈(24)는 치아 하나가 통째로 부서지고 다른 하나는 부분 파손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3피이러드에서 양팀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인 가운데 캐나다의 샘 베넷(30)이 휘두른 스틱에 휴즈가 입을 가격당한 것이다. 이를 스포츠 용어로 ‘하이 스틱’ 반칙이라 부른다.

이 때문에 베넷은 4분 퇴장을 당했고, 휴즈도 별도의 2분 퇴장을 당했다. 경기 종료 후 휴즈는 부러진 치아를 보이며 미소를 지은 채 시상식장에 올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잭 휴즈의 치아 손상 소식을 다룬 E 뉴스.

이 때 부서진 치아 보철물 일부는 그의 소속팀인 뉴저지 데블스의 전담 치과의사인 제이슨 셰피스가 치료했던 것이다.

셰피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휴즈가 당시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치아가 손상돼 신경치료와 복원치료를 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 그 일부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휴즈가 부상당했던 것처럼, 하키는 다른 종목보다도 치아 부상이 많은 종목이다. 지금은 클리블랜드 블루재캣스 부단장으로 일하는 왕년의 NHL 스카 크리스 클락(50)이 그렇다. 그는 2006년 입 안에 퍽이 날아들면서 치아가 대거 부러지고, 이에 3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현장에 있는 스포츠 치과의사는 경기장에서 다친 선수, 심판, 코치 등 경기 관계자들의 안면을 책임진다. 정규 시즌에는 홈팀 치과의사가 원정팀도 진료하기도 한다. 또 타 의사들과 협진도 진행한다.

또 치과의사의 판단에 따라 현장에서 진료가 가능한 경미한 부상과 당장 긴급 수술을 해야 하는 심각한 부상 등으로 분류가 진행된다.

하키 경기장 센터에서 정장을 입은 남성이 서 있다. 배경에는 'UPCOMING HOME GAMES'라는 큰 스크린과 관중석이 보인다.
NHL 뉴저지 데블스 팀의 담당 치과의사 샤이엄 샤 교수. 사진=럿거스투데이

현장 진료시 스피드 중요
미 동부 뉴저지주에 있는 명문 치대인 럿거스대의 교수인 샤이엄 샤는 이 학교 구강악안면학과 교수인 동시에 NHL 뉴저지 데블스 팀의 담당 치과의사다.

그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장에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경기를 보지는 않고 주로 응급 상황에 대비한다. 학내 소식지와의 인터뷰에서 샤 교수는 “하키는 진정으로 치과의사가 현장에 꼭 필요한 스포츠”라면서 “다른 스포츠는 대부분 완전한 안면 보호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키는 퍽을 채로 쳐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빠른 스피드 때문에 더 부상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샤 교수는 휴식 시간에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NHL에서는 각 선수들이 해당 포지션에서는 거의 세계 최고 선수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부상을 당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 바로 조치 후 복귀하는 것이 승리에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샤 교수는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경기장 안에 있는 치과 진료 의자를 이용해 15분 내에 선수를 안정시키고 급히 치료를 진행한다고 한다. 현장에는 의사도 있어, 각 진료과목에 맞춰 봉합을 할 때 협진을 진행한다.

스포츠 치과의사, 선수 치료에서 복귀까지
올해 2월 발간된 영국치과저널(British Dental Journal)에 실린 ‘스포츠 치과의사 훈련: 엘리트 스포츠와 사회에서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는 피터 파인 유니버시티칼리지오브런던 치과대학 교수와 비제이 마투르 인도 국립 올인디아의료과학원 교수는 스포츠 치과의사의 역할을 크게 ▶선수 경기력 향상 지원 ▶현장 판단력과 관련 지식 ▶즉각적인 대응과 협진 능력 등으로 꼽았다.

저자들은 전통적으로 스포츠에 대한 치과의사의 역할은 부상을 당하는 등 치아 손상이 있을 때 치료를 하고 이를 예방하는 역할에 국한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 더 전체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논문은 또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담당하는 스포츠 치과의사들은 구강 건강 상담, 치과 검진, 경기 중 안면 외상 응급처치, 외상 후 선수의 복귀 여부 결정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문에서는 이를 위해 안면 해부학, 두부 손상에 대한 이해, 치아의 고정, 수복 치과 지식, 예방 전략 등 포괄적인 전문 역량이 있는 치과의사의 역할과 교육을 강조했다.

Writer. 이현택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18년간 근무한 전직 신문기자. 지금은 프리랜서 기고가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언론 외에도 JTBC 방송 홍보마케팅팀과 미국 에델만글로벌어드바이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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